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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박동춘의 차 이야기] 2. 제다에 대하여

  • 관리자
  • 2024-01-19   조회수 : 394

[박동춘의 차 이야기] 2. 제다에 대하여

  •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  
  •  승인 2024.01.19 15:35

제다법 변화, 차문화 발전 원동력 

​​​​​​​좋은 차 얻기 위한 노력들 통해
제다의 묘수 발견…茶書에 기록
당나라 유학승들 덩이차 전래해

차싹을 찌는 모습.
차싹을 찌는 모습.

차를 만드는 공정 과정을 제다(製茶) 혹은 조다(造茶)라고 부른다. 이는 뜨거운 솥이나 수증기를 이용해 찻잎을 찌거나 덖어 말리는 과정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제다 과정에서 찻잎을 찌거나 덖는 연유는 무엇일까. 바로 뜨거운 불이나 수증기를 이용하여 생 찻잎이 지닌 독성을 중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다의 정의는 사람에게 유익함을 주는 차로 만들기 위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론 너무 쓰거나 떫은맛을 지닌 생잎을 화후(火候)로 조절하여 차의 오미(五味)를 풍성하고도 조화롭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아울러 좋은 차를 항상 보관해 두기 위한 것도 제다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한편 완성된 차의 모양에 따라 덩이차(餠茶), 단차(團茶), 산차(散茶), 혹은 초차(草茶)라고 부른다. 병차와 단차는 덩이차 종류로 당송 시대와 신라, 고려시대에 음용했던 차의 종류이며 오늘날 흔히 접할 수 있는 잎차는 산차, 혹은 초차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좋은 차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열망은 차 문화사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좋은 차를 얻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시도되었는데, 이는 오랜 경험과 시도로 노하우가 쌓임에 따라 차의 진수를 드러낼 묘수를 얻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얻어낸 제다의 묘수는 다서(茶書)를 통해 확인되는데 그 첫째 조건으로 친자연적인 차나무의 생육환경에 주목했다. 그들은 색, 향, 미, 기세가 좋은 차를 얻기 위한 조건은 바로 계곡에서 자라는 것이라고 했으며 바위가 있는 곳에서 자란 차를 귀하게 여겼다. 

이들은 계곡이나 바위가 있는 곳은 차나무가 습윤한 생육환경에서 자라야 좋은 차 싹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또 바위가 있는 지역은 어느 정도 경사도가 있는 지역임으로 물 빠짐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옛사람들이 바위가 부서진 곳에서 자란 찻잎을 좋다고 인식한 배경에는 천지의 순수한 정기(精氣)가 뭉쳐진 것이 바위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차나무의 생육 조건은 맑고 빼어난 정기를 품고 있는 자연환경이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한편 차를 따는 시점과 찻잎의 익힌 정도에 따라 좋고 나쁜 차의 품질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차를 따는 시점의 적절성은 좋은 차(茶)와 질이 낮은 차를 결정하는 조건이며, 딴 찻잎을 잘 선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찻잎을 어떻게 익혔는지는 좋은 차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의 변수이다. 불(火候)의 온도 변화를 간파하여 적정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차의 진수를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제다의 발달사는 화후로 귀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옛 문헌인 〈봉씨견문록〉에는 채다(採茶) 시점에 따른 차의 명칭을 “일찍 따서 만든 것을 차라고 하며, 늦게 딴 찻잎으로 만든 차를 명이라 한다(早采者爲茶,功采者茗)”고 하였다. 물론 좋은 차를 얻기 위한 옛사람들의 노력은 제다법을 변화시킨 요인이다. 

그러므로 제다법은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차를 끓이는 법도 자다법(煮茶法), 팽다(烹茶), 점다(點茶), 전다(煎茶) 등으로 변화되었다. 제다 방법의 변화란 탕법이나 찻그릇의 쓰임새, 크기와 색상에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시문(詩文)에는 시다(試茶), 혹은 시(試)라는 단어가 보인다. 이는 차를 끓인다는 의미이다. 원래 시(試)란 잠시, 떠보다, 살피다, 비교해 보다, 검증하다, 익히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차를 끓이다’는 의미를 시다(試茶)로 표현하였으니 이는 차를 끓이는 일을 ‘살피고 비교하며, 검증해야 한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보는 연유는 바로 차를 잘 끓이는 것이란 바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공부 방법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우선 차를 잘 끓이기 위해서는 좋은 차를 선별할 수 있는 감식안이 있어야 하며, 차의 색, 향, 기미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물을 판별하여 준비해야 한다. 물은 차의 몸이고, 차는 물에 의해 드러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물을 잘 끓여서 차의 진수(眞髓)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센불(武火)과 여린 불(文火)을 조절하여 너무 끓거나 덜 끓지 않은 상태, 즉 차의 좋은 성분이 잘 용해될 수 있는 조건, 물의 온도 순숙의 상태를 간파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다관과 찻잔을 청결하게 하는 것은 물론 차의 색, 향, 기미를 담아낼 수 있는 찻그릇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니 한 잔의 차를 얻기 위한 조건이란 좋은 물과 불, 차와 물의 양, 침출 시간, 차의 온도 유지 등 그 적합성을 파악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다(試茶)라는 용어는 포괄적인 의미를 아우른 것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차가 소개된 것은 대략 7세기경 무렵이다.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신라스님들은 차와 융합된 새로운 수행법을 익힌 후 귀국하면서 차를 가져왔으니, 이들이 가져온 차는 당시 중국에서 유행했던 덩이차(餠茶)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차문화 유입 초기의 상황은 최치원(857~?)이 쓴 〈진감화상비명〉에 “중국차를 받치는 자가 있으면(有漢茗供者)”이라고 한 대목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진감 국사(774~850)가 당나라에서 829년(태화 3) 귀국한 후 화개 옥천사에서 수행했다는 점에서도 그가 언급한 한명(漢茗)은 8~9세기경 당에서 생산된 덩이차였음을 말해준다. 

 

출처:현대불교(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