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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 [박동춘의 차 이야기] 23. 약재로 활용된 차

  • 관리자
  • 2024-12-20   조회수 : 4

[박동춘의 차 이야기] 23. 약재로 활용된 차

  •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  
  •  승인 2024.12.20 14:51

병치료 약재료로 사용된 茶

<동다송>서 두통치료 사용 확인
안구 문제·뼈마디 통증에도 탁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찻잎,   어린 차싹은 차의 진기를 함의한 차로 탄생된다.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찻잎, 어린 차싹은 차의 진기를 함의한 차로 탄생된다.

오랜 세월동안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차를 활용한 사례가 흔하다. 특히 술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적극 활용했던 시기는 대략 진(晉)나라 때부터다. 이후 수나라 문제가 두통을 치료한 것이 차였다. 이 사례는 초의 선사도 〈동다송〉에서도 언급된 것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수나라 문제가 세자로 있을 때, 꿈에 귀신이 그의 골수를 바꾸더니 이로부터 머리가 아팠다. 홀연히 어느 스님을 만났는데, (그가)산 속에서 자란 차로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문제가 차를 복용하여 두통이 없어졌다. 이에 세상에서 비로소 차 마시는 것을 알았다.(隋文帝 微時 夢神易其腦骨 自而腦痛 忽遇一僧云 山中茗草可治 帝服之有效 於是 天下始知飮茶) 

결국 수 문제는 승려의 제안으로 차로 두통을 치료하였는데, 이는 사찰에서 일부 승려들이 차를 마시며 수행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차의 이로움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수 문제는 승려의 조언에 따라 차를 마시고 병을 치료할 수 있었으니 이는 차가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검증된 것이라 하겠다. 이로부터 세상에서는 차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수나라 이전인 진(晉)나라에서도 차를 마셨다. 

실제 중국 차 문화는 8세기 육우가 차의 역사를 집대성한 후 음다가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그의 연구를 통해 확립된 제다와 탕법은 좋은 차를 생산,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니 이로부터 중국의 차 문화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된 셈이다. 실로 중국인의 생활에 차가 빠질 수 없는 일상용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대략 8세기 말에서 9세기 무렵인데, 이런 음다(飮茶)의 확산은 육우가 새롭게 제시한 제다법이 출현하여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기운이 허해져 열이 오르는 병이 허열(虛熱)을 차로 치료하는 방법이 〈속신이기(續神異記)〉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다.  

환선무 때에 장수를 인솔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행군하면서 병이 난 후 허열이 났다. 곧 차를 마시고 다시 차를 마시게 하여 일곡 두 말을 마시자 너무 배가 불러 승합(물의 양을 재는 단위)쯤을 줄여 마셨다. 이어 부족하다 여겼지만 집이 가난하여 하루를 더 마시지 못했다. 후에 어떤 객이 차를 만들어 다시 차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 또 먼저 들으니 세상에서 이 병이 나면 바로 차 오승을 마시게 하였다. 바로 크게 토하면서 어떤 물건이 나왔는데, 마치 승대처럼 입이 있었다. 형질은 쭈글쭈글하고 모양은 소의 배 가죽 같았다. 객이 곧 동이에 (이것을)담아 일곡 두말의 차를 붓게 하였다. 소의 뱃가죽 같은 것이 (찻물을)모두 다 흡수하고 나니 작은창자처럼 느껴졌다. 또 오승을 더 마시니 다시 모두 혼연하여 (소 뱃가죽 같은 물건)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미 이것을 다 토하고 나니 허열병에 차도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것이 무슨 병인가라고 물으니 대답하길 이 병을 곡이하라 부른다고 하였다.(桓宣武時,有一督將,因時行病後,虛熱,更能複茗,必一斛二斗乃飽,減升合,便以不足,非復一日家貧。後有客造之,正遇其復茗,亦先聞世有此病,仍令更進五升 乃大吐,有一物出,如升大,有口,形質縮,狀如牛。客乃令置之於盆中,以一斛二斗複茗之,此物之都盡,而止覺小脹;又加五升,便悉混然從口中湧出。吐此物,其病遂差。或問之 此何病 答云此病名斛二)

곡이하(斛二)란 차를 일곡 두말을 마셔야 병이 치료된다는 것이다. 곡은 10말을 의미한다. 그러니 12말의 차를 마셔야 병이 치료되는 셈이다. 윗글에 인용된 환선무는 바로 환온(312~373)을 말한다. 그는 동진의 중요한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자는 원자(元子)이다. 지금의 안휘 회원현 용항진(安徽懷遠縣龍亢) 사람으로, 동진 때 주요한 군사 전문가로 권신이었다. 여러 차례 북벌(北伐)에 참여하였고, 동진의 실제 권력을 장악, 황제의 지위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인물이다.

그가 북벌에서 대패한 후 그의 명성이 손상돼 어려움을 겪었으나, 사후 선무라는 시호를 받았다. 위 글에서는 그가 거느린 장수 중에 행군 도중 허열병을 얻어 차로 치료한 과정이 드러났다. 이는 환온이 북벌에 참여 장수들을 독려했을 때 그의 휘하 장수 중에 허열병을 얻어 차로 치료한 과정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청대 육정찬이 편찬한 〈속다경〉의 〈서초론(瑞草論)〉에는 차의 약리를 이렇게 서술해 두었다. 

차의 쓰임은 맛이 차다. 만약 열이 나거나 갈증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눈이 뻑뻑하거나 온몸이 불편하거나 마디마디가 잘 펴지지 않으면 4~5잔의 차의 마신다. 제호나 감로와 나란히 할 수 있다.(茶之爲用 味寒 若熱渴 凝悶胸 目澁 四肢煩 百節不舒 聊四五 與醍甘露抗衡也)

서초(瑞草)는 상서로운 풀을 의미한다. 차는 가수(嘉樹)라고도 하며 영초(靈草)라 불렀다. 이는 차의 가치와 효능이 탁월하여 귀한 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차는 찬 성질을 지녔으니 음성 식물로 분류한다. 양은 따뜻하고 음은 차다. 이는 물질을 기질로 분류한 것이다. 차가 음성 식물이라면 차의 청미(淸味)는 차의 기질이다. 그러므로 맑고 담박한 차의 맛과 활활한 기운은 탁한 기운을 삭이고 번거로움을 몰아낼 수 있는 차의 변용인 것이다. 

〈서초론〉에서 차는 열이 나거나 갈증이 날 때 눈이 뻑뻑할 때 잘 다린 차를 마시면 눈이 환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정황을 느낄 수 있다. 온몸이 뻐근하거나 모든 마디가 펴지지 않을 때도 차를 4~5잔을 거듭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출처: 현대불교(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6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