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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송유나의 역사속 차 문화와 차 도구 이야기] 17. 오룡차를 마시기 위해 특화된 방법과 그 차도구에 대하여 – 공부차(工夫茶)

  • 관리자
  • 2025-09-12   조회수 : 8

17. 오룡차를 마시기 위해 특화된 방법과 그 차도구에 대하여 – 공부차(工夫茶)

  •  송유나
  •  
  •  승인 2025.09.12 11:27
  •  
  •  호수 1793
 

차 도구 선정부터 마시기까지 정성·세밀함 요구

포다법의 한 종류…색·향·미 최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특화
오룡차 생산지서 유행…많은 공력 요구해 ‘공부’라는 말 붙어
기예에 가까운 절차는 최고의 차맛을 내기 위한 치밀한 의도

‘사보(四寶)’는 공부차를 낼 때 기본적으로 쓰이는 화로, 탕관, 다관, 찻잔의 네 가지 다구다.
‘사보(四寶)’는 공부차를 낼 때 기본적으로 쓰이는 화로, 탕관, 다관, 찻잔의 네 가지 다구다.

당, 송, 명, 청을 거치며 차는 다양한 수요층을 형성해 제다(製茶)와 탕법(湯法)에서 다채로운 변화를 거듭했다. 당대에 차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선종(禪宗) 승려들이 참선 시에 잠을 깨고 정신을 맑게 다스리고자 차를 이용한 데서 비롯된다. ‘다경(茶經)’을 지어 차를 집대성한 육우(陸羽) 역시 용개사(龍盖寺)의 주지 지적 선사(智積禪師)의 손에 자라 불가와 깊은 인연을 가진 인물이었다. 송대에 이르면 차는 황실 취향의 극도로 정세한 제다와 사치하고 화려한 탕법으로 유행하였다. ‘다록(茶錄)’을 지은 채양(蔡襄)은 황실에 공납할 최고급 단차(團茶)인 ‘소용봉단(小龍鳳團)’을 개발한 관리였고, 황제 휘종(徽宗)은 아예 직접 다서 ‘대관다론(大觀茶論)’를 짓기도 하였다. 명대에는 송대 차 문화의 지나친 사치 풍조가 낳은 폐단에 대한 반성으로 간결하고 담박한 성격을 띠었으며, 차의 본질적인 세계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이런 흐름은 문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청대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차를 오랜 시간 향유하며 차를 소비하는 지역과 계층의 폭이 넓었던 만큼 청대에는 지역적 특색을 띠는 독특한 음다(飮茶) 방식이 유행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공부차(工夫茶)이다. 공부차는 차의 품종 중 하나로 기록된 바 있지만, 대개 오룡차(烏龍茶) 생산지였던 복건(福建) 남부와 광동(廣東) 조산(潮汕) 일대, 그리고 대만 등지에서 오룡차를 마실 때 즐기던 방법이다. 다관(茶罐)에 끓인 물과 찻잎을 넣고 우려 마시는 포다법(泡茶法)의 한 종류이지만 오룡차의 색, 향, 미가 최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특화되어 있다. 공부차는 찻잎과 다구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차를 끓여내는 기술, 완성된 차를 마시는 것과 그 과정에 임하는 마음가짐,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서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하고 절차 또한 복잡하다. 때문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부(工夫)’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부차를 낼 때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네 가지의 다구를 ‘사보(四寶)’라고 칭하는데, 위의 사진에서 그 구성을 살필 수 있다. 이것은 대만고궁박물원에 소장된 공부차 다구 세트로 불을 피우는 화로(火爐)와 물을 끓이는 탕관(湯罐), 차를 우리는 다관(茶罐), 그리고 찻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네 가지 다구에는 각각의 이름과 특징이 있다.

화로는 ‘조산로(潮汕爐)’라고 하는데, 붉은 홍니(紅泥) 또는 하얀 백니(白泥)로 만든다. 불을 피울 때는 올리브 씨앗으로 만든 숯을 사용한다. 화력이 좋고 잡내가 없기 때문이다. 탕관은 ‘옥서외(玉書碨)’라고 불린다. 대개 몸체 옆에 하나의 손잡이가 달린 측파형(側把形) 탕관이다. 다관은 ‘맹신호(孟臣壺)’라고 하는데, 명말·청초에 활동한 자사호 작가 혜맹신(惠孟臣)의 이름을 딴 것이다. 공부차에서는 혜맹신이 제작한 의흥(義興) 자사호를 최고로 여겼고, 그가 만든 스타일의 자사호가 후대까지 꾸준히 만들어지며 공부차 다관을 뜻하는 명칭으로 굳어졌다. 주로 과일 배와 같은 모양을 띤다. 그 외에도 조산(潮汕) 지역에서 의흥 자사호를 모방하여 자체적으로 생산한 산두호(汕頭壺) 등이 있다. 찻잔은 ‘약심배(若深杯)’라고 불린다. 주로 복건의 덕화요(德化窯)에서 만든 백자 또는 청화 장식이 들어간 작은 크기의 기벽이 얇은 잔이다.

이러한 ‘사보’ 외에 공부차에 쓰이는 다구들이 더 있는데, 잔을 받치는 ‘배점(杯墊)’, 찻물을 닦는 수건 ‘다건(茶巾)’, 차를 다 따라낸 다관을 거치하는 용도의 원통형 잔 ‘직신배(直身杯)’, 다관 받침 ‘호점(壺墊)’, 다구를 올려두는 ‘다반(茶盤)’과 물받이 ‘수승(水丞)’ 등이다.

이 다구들로 공부차를 끓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화로에 탕관을 올려 끓인 탕수(끓인 물)를 다관에 부어 다관을 데우고 세척한다. 다관에 채운 탕수를 다시 찻잔에 고르게 부어 잔을 데우고 씻는다. 찻잎을 다관에 넣을 때는 다관의 3/4 정도 채워주는데, 가장 작고 잘게 부서진 것부터 넣어 아래에 깔리도록 하고 커다란 찻잎이 맨 위에 덮이게 한다. 이제 다관에 탕수를 붓는다. 처음 다관에 부은 탕수는 바로 따라서 버린다. 이는 뜨거운 물의 열로써 찻잎을 씻고, 건조되어 있던 찻잎을 촉촉하게 적셔 부드럽게 풀어주기 위함이다. 다시 탕관을 들어 다관의 입구를 따라 원을 그리며 탕수를 붓고, 다관의 뚜껑으로 다관 입구에 올라온 거품을 제거한 후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그 위에 또 탕수를 부어 다관의 몸체를 적신다. 이렇게 다관을 데우면 다관 속 찻잎이 더욱 잘 풀어져 차의 풍미가 빨리 피어난다. 차는 30~40초 정도 우려준다.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찻잔을 엄지와 약지 사이에 끼워 옆으로 잡고, 뜨거운 물을 부어 놓은 다른 잔 안에 넣어 바퀴를 굴리듯 재빨리 돌려 씻는다. 그렇게 씻어 데운 찻잔에 우려낸 찻물을 고르게 돌려가며 붓는다. 빈 다관은 주둥이가 아래로 향하도록 하여 직신배 안에 수직으로 꽂아 거치하는데, 다관 안에 조금의 찻물도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찻물이 다관 안에 남아있으면 찻잎이 물에 너무 오래 우러나 쓴맛이 생기고, 재탕을 부을 때 차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완성된 차를 마시기 전에 차의 색을 감상한 다음 첫 번째로 향을 맡고, 두 번째에 한 모금을 머금고, 세 번째에는 그 맛을 음미한다.

이처럼 특별하게 엄선된 다구를 갖추고, 고도의 집중력과 숙련된 솜씨를 요하는 각각의 절차는 기예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무엇 하나 허투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차 맛을 내기 위해 치밀하게 의도된 것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아주 작은 잔에 담긴 한 모금의 차를 마시기 위함인데, 그 한 모금조차 색, 향, 미를 감상하고 한 번, 두 번, 세 번에 걸쳐 보고 마시고 돌이켜 음미한다. 청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한 공부차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널리 사랑받는 까닭은 이 모든 과정에 차를 즐기는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 몇 가지 사료 기록에 의거하여 공부차의 한자 표기로 “‘工夫茶’는 ‘차의 한 종류’를 뜻하며 ‘차를 끓이는 방식(음다법)’으로서는 ‘功夫茶’라고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대만고궁박물원과 홍콩다기문물관에서 해당 음다법에 대해 사용한 한자 표기를 기준으로 하여 ‘工夫茶’로 표기하였음을 밝힌다.

송유나 clda0cho@gmail.com 

출처: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