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차를 만나다
박진애
첫 잔에
떫은 맛이 전혀 없다.
녹차라는데
이럴 수가.
잠시
차명상에 들어갔는데
동춘차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가벼운 듯
솟아나는 기운과 함께
얇아서 무겁지 않지만
말할 수 없이
따사로운 기운이
가슴 한복판에서
사지로
서서히 퍼져간다.
두 번째 잔은
숙우를 거치지 않고
곧장
다관에 물을 따른다.
첫 잔과
또 다른
신묘함이다.
동춘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야
제맛이란다.
녹차인데
우리는
물 온도부터
상식을 깬다.
세 번째 잔을 마시며
또 한 번 놀란다.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이 우아한 경지는
무얼까.
녹차의 진정한 풍미에
무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퇴수기를
바라본다.
정갈하고
싱그러우면서도
강인한 맛을
선사한
어린 찻잎이
곱게
떠 있다.
초심
으로 태어난
네 항기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곁에
머문다.